아세틸콜린 (acetylcholine, ACh)
아세틸콜린은 학습, 기억, 그리고 근육 움직임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뇌에서는 학습과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뇌 속 ACh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향이 있다. 신체의 근육 속에 있는 ACh은 근육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신체의 여러 부분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ACh이 근육을 수축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독물이 작용제나 대항제로 작용함으로써 신경전달물질의 정상적인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도 이해하게 된다. ACh의 근육 수축작용을 방해함으로써 우리의 몸을 마비시키는 여러 가지 독물이 있다. 이 독물 중 세 가지를 골라 각각 어떻게 작용하기에 상이한 방식으로 동일한 효과를 유발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식중독을 유발하는 보툴리늄(botulinum)을 고려해 보자. 이 균은 대항제로 ACh이 신경종말단추에서 근육으로 방출되는 일을 방해한다. 그 결과 근육이 마비되며, 치료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른다. 가슴과 횡격막이 마비되어 숨을 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얼굴의 주름살을 펴는 데 이용되는 '보톡스' 치료에는 이 독물을 극소량 이용하여 얼굴 근육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킴으로써 주름이 생기지 않게 한다. 큐라레(curare)는 남미 인디언들이 창끝과 화살촉에 바르는 독물이다. 보틀리늄과 마찬가지로 큐라레도 ACh 대항제이다. 이 독물은 ACh을 받아들여야 할 수용기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종말단추에서 방출된 ACh이 갈 곳이 없어지고 신호전달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 이로 인해 주요 근육이 마비되면 죽음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독물인 '검은 과부 거미'의 독물은 ACh 작용제로 작용하여 근육을 마비시켜 죽음을 초래하기도 한다. 검은 과부 거미의 독은 ACh이 계속 방출되게 하여 시냅스에 넘치도록 한다. 이때는 작용제로 활동하여 주체할 수 없는 발작성 몸놀림을 유발한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ACh이 고갈되어 더 이상 방출되지 않으면 몸이 마비되어 죽음에 이른다. 그러나 이 거미의 독은 다른 곤충을 잡는 데 쓰이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물려 죽는 일은 드물다.
도파민 (dopamine)
도파민은 각성 및 기분, 사고과정, 그리고 몸놀림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그러나 그 작용방식은 ACh의 작용방식과 판이하게 다르다. 뇌의 기저핵에 도파민 수준이 낮아지면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을 앓게 된다. 이 병은 근육이 떨리고 몸놀림의 시작이 어려워지고 몸놀림 자체가 굳어지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영화배우 마이클 J. 폭스와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도 이 병으로 고생했다. 의사들은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도파민을 혈관으로 주입해 보았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치료를 할 수가 없었는데, 도파민이 혈-뇌 장벽을 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혈-뇌 장벽이란 위험한 물질이 미세혈관을 통해 뇌에 들어가는 일을 예방하는 기제를 일컫는다. 그러나 파킨슨병을 피료할 수 있는 도파민과 같은 유용한 물질도 통과시키지 않는 단점도 있다. 다행히 도파민 합성에 필요한 L-Dopa는 이 장벽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물질이 파킨슨병 치료제로 이용되었다. 도파민 선구물질을 가진 L-Dopa가 혈-뇌 장벽을 통과한 후에는 도파민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하여 도파민의 생성이 증가한다. 그러니까 L-Dopa는 도파민 작용제인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L-Dopa가 파킨슨병을 앓는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효과가 있는 환자들도 오래 사용하면 그 약효가 떨어진다는 데 있다. L-Dopa를 주입하면, 정신분열병과 유사한 증상이 부작용으로 나타난다는 단점이 있다. 정신분열병이란 현실감 상실, 환상이나 망상, 주의결핍 같은 지각 및 인지기능의 결손을 그 대표적 증상으로 하는 정신장애이다. 정신분열병은 도파민 활동이 지나쳐서 발생하는 병이며, 도파민은 우리의 사고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런 부작용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사실 종래의 정신분열병 치료제는 도파민 수용기를 모두 차단하여 도파민의 활동을 줄여주는 도파민 대항제로 작용하였다. 역으로 정신분열병 치료제의 부작용은 파킨슨병과 같은 몸놀림의 어눌함을 초래하였다. 물론 그 이유는 이 약물의 효과가 강력하여 기저핵에 있는 도파민 수용기까지 차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암페타민(amphetamine)이나 코카인 같은 중독성 자극제의 효과는 도파민이 각성 및 기분상태에도 관여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예를 들어, 암페타민은 종말단추에서 도파민 방출을 자극하여 시냅스에 도파민 수준이 높아지도록 작용한다. 그리고 코카인은 시냅스에 방출된 도파민의 재흡수를 방해함으로써 시냅스에서의 도파민 활동을 증가시킨다. 코카인은 시냅스에 방출된 도파민의 활동을 정상보다 더 오래 지속되게 한다. 문제는 이처럼 도파민이 많아져 야기된 기분 좋은 상태가 잠시 지속되고 나면 도파민 고갈이 발생해 갑작스런 기분의 '추락'이 뒤따른다는 데 있다. 이들 중독성 자극제가 기분에 미치는 효과는 뇌의 보상중추에 도파민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발생한느 것으로 이해된다. 진통제나 카페인, 니코틴 등 다른 중독성 약물도 바로 이 보상중추의 도파민 수준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코카인은 도파민 외에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도 차단한다. 세로토닌(serotonin)과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은 각성 수준과 기분, 수면 및 섭식행동에 관여한다. 이 두 신경전달물질은 우울과 같은 기분장애에 주된 역할을 담당한다. 가장 잘 알려져 있고 가장 널리 처방되는 항우울제인 프로작(Prozac), 팩실(Paxil), 졸로프트(Zoloft)는 선별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로 작용한다. 이들 약물은 말 그대로 세로토닌의 재흡수만을 억제함으로써 세로토닌 작용제 효과를 발휘한다. SSRI는 코카인과는 달리, 재흡수를 부분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세로토닌 고갈을 유발하지 않으며, 따라서 갑작스런 기분의 '추락'도 발생하지 않는다. 심볼타(Cymbalta), 프리스틱(Prisriq), 이펙소어(Effexor) 같은 항우울제는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둘 다의 재흡수를 차단한다. 따라서 이들 약물을 선별적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and 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 SSNRIs)라 한다.
GABA (gamma-aminobutyric acid)
GABA는 신경계에서 주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한다. 그 일차적 기능은 뇌의 각성수준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일이다. GABA는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같이 정신과정이나 행동이 점검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일을 예방한다. 예를 들어, 각성 및 불안 수준을 낮추어 주며 몸놀림의 조절을 돕는다. 항불안제(진정제)는 GABA 작용제로 GABA의 활동을 높임으로써 불안을 감소시킨다. GABA의 활동이 없어지면 간질이 발생하기도 한다. 간질이란 주체할 수 없는 몸놀림이나 발작을 유발하는 뇌 장애의 일종이다. 발륨(Valium)과 리브륨(Librium) 같은 진정제가 간질발작을 차단하는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간질병 치료제로 이들 진정제가 이용되기도 한다.
글루탐산 (Glutamate)
글루탐산은 신경계에서 주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한다. 기억과 통증 지각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글루탐산의 활동이 지나치면 뉴런이 죽어버리는 위험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컨대, 뇌졸중은 글루탐산 시냅스를 과도하게 자극하여 결국에는 뉴런을 잃게 되는 것이다. 글루타민산염 활동의 결핍도 문제를 유발한다. 글루타민산염의 수준이 너무 낮아지면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글루타민산염 활동 수준의 비정상이 조현병의 신경화학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제약회사에서는 글루타민산염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정신병 치료제가 조현병에 미치는 임상적 효과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엔도르핀 (Endorphin)
엔도르핀은 쾌감 및 통증 감소에 관여하는 일군의 신경전달 물질을 일컫는다. 이들은 신경계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통증제거제로 알려져 있다. 엔도르핀이 방출되면 우리는 고통을 적게 느끼고 쾌감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마라톤을 한 후에는 핏속의 엔도르핀 수준이 평상시보다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라톤을 할 후 고통이 아닌 즐거움을 느낀다는 이야기도 쉽게 이해된다. 모르핀(Morphine)과 헤로인(Heroin) 같은 통증제거제는 엔도르핀 수용기에 부착되어 엔도르핀의 활동을 강화함으로써 그 효과를 발휘한다. 이들 통증제거제는 뇌의 보상중추를 자극함으로써 도파민 방출을 조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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